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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이야기

기막히고 코막힌 욱집사의 운전세계

어제 저녁 수요성경공부 모임이 있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다가, 평소보다 바람이 불어 살짝 춥다는 느낌까지 들었어요.
모임을 마치고 욱집사가, 비도 오는데 전도사님 댁에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하더군요.
아, 우리 집이랑 정 반대인 욱집사 차를 타고 가야하나, 고민했지만,
욱집사가 정말 거절하지 못하게 권하는 바람에 고맙게 생각하고 그냥 신세를 지기로 했습니다.

원래 교회에서 우리 집까지 20분이면 정말 충분히, 아주 넉넉히 도착할 수 있어요.
욱 집사 차를 탄 시간이 9시 30분이니, 저는 속으로 아 10시 전에 집에 도착하겠구나, 하고
울 딸에게 엄마 조금 있다 집에 가니까, 잘 준비하고 있어, 라는 전화까지 했지요.
드뎌 욱 집사의 차가 출발을 했습니다.

욱집사가 그러더군요. 전도사님 댁에 한 번 가본 적이 있는데,
그때 시내를 통과해서 가니까, 길이 좁아서 좀 그랬다고,
자기는 고속도로가 편하니까, 고속도로를 타고 우리집에 가겠다고요..
순간 저는 오잉???, 교회에서 우리집을 고속도로로??? 아니 왜???
그러자, 욱 집사는 아직 운전이 초보여서 차들이 많이 다니는 시내 도로보다
넓은 도로로 편하게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가 더 편하다고 하더군요.
순간 제 머리는 불길한 예감에 시달렸으나,
모든 교우를 내 몸처럼 사랑해야 하는 전도사로서,
그래, 그렇구나, 그럼 그렇게 해... 라고 일단 동의해주었습니다.

교회에서 고속도로 IC로 들어가는 길은 우리집과는 정반대 방향이더군요.
그래도 저는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고속도로 진입만 하면, 집에 금방 갈 수 있을 거야. 그래도 고속도로잖아...ㅎㅎㅎ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네비 양의 안내를 보니, 서대구IC까지 가려면 4-5개의 IC를 지나야겠더라고요.
그래도 고속도로 탔으니까, 금방 가겠지...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저는 욱집사와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며 야밤에 비내리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대구IC 쯤에 이르자, 갑자기 욱집사가 좀 주춤하는 듯 하더니, IC를 빠져나가더라고요.
그러며 하는 말, 앗, 전도사님 제가 계속 직진해서 가야 하는데, 잘못 나온 것 같아요.
앜ㅋㅋㅋㅋ, 제 마음은 욱집사를 향해 이렇게 악쓰고 있었으나, 
입은, 아 그렇구나, 그럼 어떡게 하지? 나갔다가 다시 고속도로 탈 거야? 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눈은 시계를 보고 있었지요. 벌써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는...ㅠㅠ
선욱아, 이 시간이면 이미 우리 집에 두 번은 도착했을 것 같다고 덧붙이자,
선욱 왈, 전도사님 집에 일찍 가고 싶으세요? 저랑 있기 싫으세요? ㅎㅎㅎ.
야!!! 내가 왜  밤비내리는 고속도로에서 너랑 있고 싶겠니? 집에 가서 자고 싶지???
이런, 아구, 정말, 너 다이하고 싶냐? 라고, 제 속에서는 주먹 몇 대 날리고 있었지만,
입은, 어... 그래도 집에 빨리 가고 싶어...ㅠㅠ 라고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IC를 빠져나오자 다시 고속도로를 들어가는게 너무 무서벘어요.ㅋㅋ
그래서 우리 시내 통과해서 가자고 하고는,
동대구에서 서대구까지 시내를 관통해서 달렸습니다.
아,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고 고다리던 우리 집에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지요.
선욱아, 저기 신호등 있는 횡단보도 앞에서 세워주라, 그럼 조금만 가면 우리집이거든.
선욱, 예,라고 답하더니 그 횡단보도 앞을 그냥 지나가더만요.ㅠㅠ
그래서, 선욱아, 저기서 세워달라니까, 그냥 지나쳤네, 그럼 다음 신호등에서 꼭 세워, 걸어가면 되니까.
그러자, 선욱, 아니요. 제가 또 차를 못 세워 전도사님 집에서 멀리 왔네요.
비도 오는데, 꼭 집 앞에 내려드려야겠어요. 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러고는 또 저희 동네를 한 바퀴 뺑 돌아다녔지요. ㅎㅎㅎ

그렇게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저는 집 앞에 내렸고,
선욱 집사는 그 후 어떻게 집에 갔는지..., 저는 모릅니다. 
아, 욱 집사가 자기 집에 갈 때는 꼭 고속도로를 타겠다고 하는 거는 들었습니다.ㅎㅎ

욱 집사, 어제 밤에 수고 많았어요.
집에 잘 들어갔는지, 좀 걱정이 되서,
아침부터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네요.
비오는 수요일 야밤에 고속도로 주행,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거예요.ㅋㅋ
그래도 다시 경험하고 싶지는 않아....ㅎㅎㅎ
오늘도 좋은 하루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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