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신경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수요일 성경 공부중에 목사님이 말씀하신 시 입니다.
시에 대한 평도 올려놓았습니다.(제가 아니라 기자의 평)
너무 상투적인 평이긴 합니다만 목사님께서 보충해 주시겠지요.
이 가을이 가기 전에 시 한편 읽으시고 남은 가을도 아름다운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시에서 ‘낙타’는 곧 시인 자신입니다. 별, 달, 해와 모래만 보고 살았을 시인의 욕심 없는 모습이지요.
일흔을 넘긴 노시인이 주는 시적 이미지와 철학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줍니다.
물질만능 시대에 사는 현대인에게 시인은 겸손한 그러면서도 진지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세상사 물으면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겠답니다.
이승과 저승 그리고 다시 이승에 올 땐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합니다.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담담히 평생 등짐을 지고 걷는 낙타에 비유한 시인의 고백이 절로 마음자리를 겸손하게 합니다.
0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