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름’의 즐거움, 뒤따르는 행운은 덤일 뿐..
‘통섭(consilience)’과 더불어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곧 ‘남다름’이다. 사실 이 ‘남다름’은 과거 어느 시대에서든 항상 관심을 끄는 요목이었지만 최근 대학 입시의 입학사정관제나 취업, 경제적 성공 등에서 이 요목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개성’, ‘창의성’ 등으로 표현될 수도 있는 이 ‘남다름’은 바야흐로 시대의 아이콘이자 개인의 능력 척도가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쯤에서 우리가 한번 되짚어봐야 할 점이 있는 것 같다.
‘이우학교 정현이 서울대 가다’라는 책이 인기를 끌고 있듯 이 남다름이 주는 그 현실적 결과-나는 이것을 덤이라고 말하고 싶다-에 온통 관심이 집중되어 있을 뿐, 그 남다름 자체에서 발견하게 되는 즐거움 내지는 행복을 간과하는 것에 대하여 나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아들 완이의 교육 문제로 인해 대안학교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우학교의 입시설명회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수십 명을 뽑는 입시설명회에 분당 일대의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수천 명이 몰려든 광경에서 나는 두 가지 놀라움을 경험했다.
첫 번째 놀라움은 희망이었다. 이제야 드디어 관습적이고 획일화된 한국 교육의 굴레를 스스로 벗어나 이렇게도 많은 이들이 대안 교육을 갈망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맘이 들뜬 것이었다.
그러나 이 설렘은 곧바로 실망으로 이어졌다. 청바지를 입은 소박한 캐쥬얼 복장으로 등장한 이우학교의 교장, 교사들의 솔직하고도 의지가 담긴 입시 안내가 끝나고 나서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이었다. 앞서 이우학교 측에서 학교의 교육 목표가 대학 입시에서의 좋은 성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인교육, 다시 말해 점수와 학벌, 의사나 판검사 등의 소위 고소득 전문직을 갖기 위한 목표 등에 매달려 극심하게 치우쳐 있는 현실 교육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공동체적인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데 있다고 누누이 설명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질의의 대부분은 ‘어떤 스펙이라야 이우학교에 입학할 수 있느냐’, ‘이우학교에서는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진학지도 시스템이 어떻게 준비되어 있느냐’는 등 이우학교의 정신과는 거리가 먼 질문들이 홍수를 이뤘다. 오죽 답답했으면 중간에 이우학교의 교장이 다시 나와 “우리 학교는 그런 곳이 아닙니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매년 교사와 학생들의 다짐대회를 갖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촌극이 벌어졌겠는가.
나의 관심은 ‘남다름’ 그 자체의 매력이다.
‘딴지일보’에서 얼핏 본 재미있는 멘트가 기억에 남아 있다. 남자들이 대부분 경험하는 자위행위도 매번 오른손으로 하다가(**19금 유머** 오른손잡이가 다수인 대한민국 남자들의 70~80%는 좌경이란다. 오른손으로만 계속 그걸 하다보면 가만히 두어도 물건이 왼쪽으로 비스듬히 돌아가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남자들은 다 안다.^^ 좌경, 좌빨이란 용어가 지나치게 난무하는 현실을 비꼰 유머이다.) 평소 하던 손이 아닌 왼손으로 해보면 더 큰 흥분을 안겨준단다. 여러분도 직접 경험해 보시길 ㅋㅋ
남다름이 곧 인생의 즐거움이고 행복이다. 누가 그렇게 인식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그렇게 느끼게 된다. 오직 경험해본 이들만이 안다. 소복하게 내린 눈밭에 처음 발을 내디딜 때의 느낌이 어떠했던가? ‘양학선’, 자기 이름을 딴 기술이 있을 정도로 유명세를 탄 도마의 영웅이 오직 금메달로 인한 기쁨만을 누렸을까? 새로운 사고로 나만의 방식에 도전하는 이들은 도전 그 자체에 가장 큰 매력을 느낀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오직 나만이 어떤 일을 하고 있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자부심이란 어떤 형용사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호기심을 갖고 있다. 그것이 무너지게 된 것은 자연스런 변화가 아니라 오직 돈이라는 황금만능주의를 좇게 되면서 생긴 다분히 인위적인 현상이다.
회상해보면 여행을 통하여 갖게 되는 가장 재미있는 추억은 미지의 풍경을 보게 되는 것, 일상에서 나눌 수 없었던 친구와의 특별한 하룻밤, 처음으로 경험하는 어려움과의 사투, 뭐 이런 것들이지 않은가?
남다름으로 이룬 세속적 성공이란 그저 ‘꿩을 잡았더니 마침 알까지 얻게 되었던 것’이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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