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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이야기

대장간

요즘 학교가 봄방학이어서 울 딸이 집에 뒹굴고 있길래,
정말 모처럼 책 한권 읽어줘야겠다 싶어서,
둘이 앉아 책을 봤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대장간이 나오더군요.
"은솔아, 대장간이 뭐하는 곳이야?"
"(잘 모른다는 표정을 짓더니)음...... 화장실?"
"(너무 어처구니 없고 좀 놀란 표정으로) 왜 화장실이야?"
"대장이 들어가잖아. 대장운동이 많은 곳이니까, 대장간이라고 한 거지."
참, 이 말을 듣는데, 아, 울 딸이 내 생각보다 훨씬 무(식)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대장간에서 어떻게 대장을 연결해서 생각하나, 웃기기도 하고,
내가 평소에 책을 너무 안 읽어줬구나, 자책감도 들길래, 그러냐 하고는 다음 줄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줄에 대장장이가 나오더군요.
"그럼 은솔아, 대장장이는 뭐하는 사람이야?"
"(그것도 모르냐는 듯이 엄마를 쳐다보며) 아이 참, 화장실 청소하는 사람이지이."
"(속으로 오마이갓 을 외쳤으나,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래? 그런데 왜 대장장이가 낫이랑 쟁기랑 도끼 같은 걸 만들어?"
"그건 화장실 청소하려면 다 필요한 거니까 그래.
 우리는 요즘 솔이나 이런 거 쓰지만, 옛날에는 솔이 없었거든.
 그래서 그런 걸로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화장실 청소 안 할 때는 그걸로 농사를 지었어."
그 순간, 박장대소가 절로 나오더군요.

예전 같으면 이 무식한 놈아, 넌 그것도 모르냐, 했을 텐데,
오늘은 엄마를 웃게 해준 대가(?)로 은솔이에게 숙제를 내줬습니다.
대장간, 대장장이이가 무슨 뜻인지 국어사전 보고 알아오기로요.
그랬더니 애가 자기가 틀렸는지 눈치를 채고는 그러네요.
"엄마 나 좀 많이 무식해?"
속으로는 "그래, 임마, 무식해도 너~~무 무식해." 라고 했지만,
겉으로는 "뭐... 그냥 좀... 아, 아니야. 사전 찾아보고 알면 되지" 라고 얼버무렸네요.

그 다음에 "거인들이 사는 나라"라는 시를 같이 읽었는데,
그걸 읽고 은솔이가 하는 말, 
"엄마, 나는 엄마를 정말 아는 게 되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 보내서,
엄마가 얼마나 무식한지 당해봤으면 좋겠어. 그래야 내입장을 좀 생각해주지."
별반 아는 것도 없는 엄마가 초등 3학년 딸래미에게 평소에 넌, 그것도 모르냐고 핀잔을 준 게
적잖히 속상했나 봅니다.(아이고 미안해라. 솔아 미안해.)
좋은 모녀관계 형성을 위해서 책을 같이 읽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음... 참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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