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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이야기

벗을 땐 벗어야 되고

난생 처음으로 수영장이란 곳을 가야만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선택의 여지없이 가야 하는

상황이니 더 이상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장애인들의 건강회복 및 살빼기 작전으로 비만 장애인

몇 명을 데리고 아쿠아 로빅을 하러 가는 프로그램이다.

남자들만 가면 빠질 수 있는 기회가 되는데 남녀 반반으로

네 명을 데리고 가야 하니 남자들은 직원 둘에 공익둘이 있으니

서로 상의 하에 한사람만 가면 되지만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가야만 하는데 잘 된 것인지 잘 못 된 것인지 분간이 안 된다.

어릴 때 수영하겠다고 얕은 바닷물에서 허우적거리다 빠진 이후로 물 공포증 때문에

바다 한복판에서 살았으면서도 이날까지 수영을 할 줄 모른다는 점과

목욕탕 보다 깊은 물 근처에는 가본 적이 없는데 이제 와서 수영장을 가야 할 상황이니

장애인을 데리고 당당하게 가야 하지만 내심 스스로 어색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다.

회원권을 끊어 놓고도 수영복을 구입하지 않고 있다가 임박해서야 어쩔 수 없이

하나를 구입하기는 해야 하는데 수영장이란 곳을 한 번도 안 가봤으니

어떤 수영복을 입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으니 다른 사람들이 다 비키니를 입는다 해도

몸매가 한몸매 하는 관계로 감히 비키니를 입고 나타날 수도 없고 그럴 자신은 더더욱 없고

돈푼깨나 하는 수영복을 사고 또 사고하기도 그렇고 일단은 한번 가보고

유행따라 수영복을 정식으로 구입하기로 하고 우선은 구제품가게에서 수영복을

하나 마련하여 가기로 하고 실지로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수영복을 하나 장만했지만

이것이 실지로 맞기나 할까 의심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수영복 패션쇼를 한번하고

그다지 민망한 스타일도 아니고 치수도 그런대로 잘 맞고 흡족해 하면서

수영 갈 날을 기다린다.

혼자 가기 정말 두렵고 민망해서 친구봉사자 두 명을 섭외해서

같이 가기로 약속을 받아놓고 나니 그나마 의지가 되어 마음이 좀 편해진다.

한편 생각하면 근무시간 중에 수영장 갈 기회를 다 주니 얼마나 좋은가!

어깨 빠지게 일 안해도 되고 남들은 일할 때 운동이랍시고 쉬는 기회인데 말이다.

드디어 수영장 가는 날 다른 친구들 일하는데 소란스럽게 떠들면 방해가 되니까

될 수 있는 한 빠르게 작업장을 벗어나 두류수영장으로 향했다.

아직은 머슥했지만 수영장안내를 받고 남녀 따로 탈이실로 들어갔다.

왠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은지 내 생각을 흔들리게 한다.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바로 수영모와 수영복을 입으면 될 것을

수영복은 옷장에 얌전히 모셔두고 씻을 도구만 들고 들어왔는데

옆에 있는 할머니들은 샤워 후 바로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아차 여기서부터 초보 티가 나는구나 하면서 다시 갔다 오는 수고를 해야 했고 .....

더 웃기는 것은 수영복을 갈아입기 전에 벌써 내 눈은 놀라고 있었고

이건 아닌데 어쩌지 싶었지만 준비해간 수영복을 딱 갈아입고 수영장으로 나가니

국민체조는 시작되었고 어떨 결에 국민체조를 하면서

주변사람들을 돌아보니 거의 할머니 수준의 회원들인데

촌스러운 내 생각을 활짝 깨우는 분위기이다.

할머니들의 수영복이 과감하게 파인 옷에 아래위가 달리긴 했지만

삼각이라는 것이다. 거의 90%가 검정색계통의 이런 수영복이고

나만 혼자 촌스럽게 티는 수영복패션이다. ㅠㅠ

아무리 수영장이지만 부끄러운 마음에 그래도 가릴 건 가리고

나가야 될것아니냐는 내 생각과 벗어야 함에도 조신하고 싶은 

내심정은 뒤로 가고 오히려 눈에 돋보이는 티는 패션이 되어버렸으니

민망하면서 웃기고 있다. 할머니들이지만 똥배 때문에 그러는지

거의 다 검정색계통인데 남다른 모양의

노랑색 해바라기 꽃무늬원피스 수영복을 입고 있는 내 모습!

속마음은 한방 맞은듯 어떨떨하지만 아닌척하기도 민망스럽고

남들은 아무 관심도 없었지만 나혼자 멋적어하고 ......

정말 평상복처럼 얌전하고 부끄럽지도 않고 좋았건만

왠 할머니들이 과감하게 벗어버렸는지 원!

똥배가 부끄러워 가리려고 애 썼는데 아리까리한 젊은이들은 한사람도 없고

할아버지도 한사람인가 두 사람인가 밖에 없고

거의 할머니들이니 대충예상은 했지만 이럴 수가~~~

똥배 신경 끄고, 속살 신경 끄고, 편하게 운동해도 되겠다는 생각이다.

우리 애들이랑 8명이 아쿠아로빅장으로 들어가니

할머니들이 “수영장 여기 아니야 저쪽으로 가라”고 하신다.

젊은이들이 왜 여길 왔냐는 것이다.

생전처음 수영장에 들어가니 물이 목까지 차는 것이

처음순간 무섭다는 느낌이 드는데 진정 와야 되는 뚱뚱보는

물 공포증에 무서워서 못 따라 오고 평상시에 까불까불 거리고

수영장갈래? 하는 한마디에 간다고 승낙하고 좋아해서

아무 걱정 없이 데리고 온 가영이가 수영장에 내려오는 사다리 난간을 붙잡고

얼굴이 새파래지며 안 들어오려고 하는 통에 난감하기 짝이 없었지만

달래고 야단치고 등등 어렵게 내려오긴 했지만

수영장 코너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물과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 몸도 못 가누는 주제에 제일 뒤에 서서 우리 팀원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할머니들 수준도 못 따라가고

물과 친해지기가 일순위임을 느끼는 순간이다.

어쩌다 발이 미끌 하면 물에 빠질 것도 같고 무섭기도 한데

수영복이 치마로 되어 있다 보니 운동을 하려고 하면

치마가 펄럭펄럭 물위로 올라오는 통에 신경이 쓰인다.

치마 앞자락과 뒷자락을 잡아 묶어 두고 나니

그나마 들 신경 쓰이는 것이 한결 편하다. ㅎㅎㅎ

수영장 하루가고 느끼는 것은 할머니들이지만

과감하게 왜 벗어야 하는지도 알게 되었고

또 하나 느끼는 것은 분위기 따라 벗을 때는 과감하게 벗고,

놀 때는 신나게 놀 줄도 알아야 되고,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어디든 분위기에 맞게 움직여야 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내 머리 속에는 고리타분한 생각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예전에 할머니들이 하얀 속살을 내어놓고 수영복을 입고

감히 남녀가 한 탕에들어 가는

수영장 갈 생각을 하기나 했을까 남사시럽구로.....

지금도 농촌할머니들은 무릎이 쑤시고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결려도

이런 시설이 없는 곳에서는 생각이 있어도 혜택을 못보고 살 것 같은데

도시할머니들은 좋은 문화혜택을 누리며 사는 구나 참 좋은 세상이다.

도시할머니들이라고 다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도 두렵고 떨었던 수영장문화도 체험하고

새로운 생각들을 정립 할 수 있게 된 아쿠아 로빅,

신나는 음악과 함께 물속에서 한시간 운동을 하고나니

기분도 좋아지고 몸에 무리도 없고

계속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물과도 빨리 친해질 수 있는  재미있는 운동이다.

함께 간 팀원 모두 얼마나 좋하하며 열심히 하던지......

다음은 기회가 되면 내 몸이 물위에 둥둥 뜨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러다 수영까지 하게 되는 것 아닌가 모를 일이다.

생전처음 수영장을 가는 것이니 얼마나 집안을 시끄럽게 유난을 떨었을까!

아들 아르바이트 한 돈으로 수영모에 수경에 수영가방까지 세트로 사오게 하고

나름 젊은 눈이라고 메이커제품이라나

돈깨나 좀 썼겠지. 선물이라니 못 이긴 척 받아 넘기고......

ㅋㅋ 꽃 중년에 난생처음 수영장을 가본 소감,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어깨, 허리, 팔다리 결리시는 분 아쿠아로빅으로 운동하러 오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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