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마을’은 생활협동조합을 기반으로 한 도시 공동체마을의 전형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이러한 공동체마을은 우리나라의 지나친 도시화와 대기업 중심의 경제상황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부의 편중이나 독과점 등을 비롯한 제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매우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골목상권을 유지한다든가 믿을 수 있는 유기농 제품을 신뢰할 수 있는 가격으로 구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장점을 발휘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공동체(마을) 구성원 간의 유대감 형성이나 소외된 이웃을 돌아보는 것, 공동 육아나 대안 교육의 현실적 시도 가능성, 문화의 공유와 교류 및 급증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안착 등에서도 크게 기대할만 하다. 유사한 시도가 ‘가나안농군학교’나 특정 종교단체 등에서도 많이 이루어지고는 있으나, 지나치게 많은 제약이나 특정 조건의 수용 등 보통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데 반해 이는 상당히 개방적이고 비교적 친사회적이라 어떤 환경과 조건에서도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현재 성미산마을 공동체의 정확한 규모는 알기 어려우나 대략 1,00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식당과 마트, 마을극장, 회의소, 병의원, 심지어 영유아원과 대안학교까지 있는 것을 보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작년 월간조선에서 심층 취재한 보도를 보면 구성원의 성향에 대한 지적과 함께 이 공동체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정치 성향에 대해 민감한 사회에서는 이러한 공동체가 전혀 사회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그러나 이는 ‘좌파양성소’라는 과격한 표현이나 일부 구성원의 ‘전력’을 문제 삼는 것 등을 보아 보수성향인 조선일보 입장에서 지나치게 편향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성하(盛夏)에 방문한 성미산마을은 언뜻 적막해 보였다.
마을 뒷산은 산이라기보다 작은 언덕으로, 아카시아 그늘이 짙게 드리운 숲길은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언덕에 오르려는 듯 길게 줄지어 늘어선 집들 사이에 언뜻언뜻 외양이나 드림막이 눈에 띄는 곳이 몇 군데 있을 뿐, 특별해보이지도 수상쩍지도 않은 평범한 마을이었다.
‘작은나무’ 간판을 단 조그만 카페가 이곳의 사랑방이다. 마을회의를 비롯하여 대외적으로 성미산마을을 홍보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홍보책자를 비롯하여 마을을 안내하는 유인물이 비치되어 있었고, 강◯◯씨 가족이 운영하다 마을에 기증한 것이라는 안내문과 머리 높이에 붙여둔 카페 운영에 동참하는 조합원들의 이름을 새긴 나무 조각이 정겹다.
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성미산마을극장’은 문화와 예술의 삶이 얼마나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는지 알려주려는 듯 당당하고 독특하다.
큰 길 가에 위치한 식당 ‘성미산밥상’에는 꼭 시골마을의 느티나무 정자처럼 빙 둘러앉아 음식과 정을 나눌 수 있는 낮은 식탁이 있어 이채로웠다. 유기농 먹거리만 취급하는 탓인지 조금 비싼 듯 했으나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므로 공동체에 손해를 끼칠 일은 없을 것이다.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는 시간이 없어 들러보지 못했다. 1호점을 시작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라 불리는 건물은 일인 가구에서 대가족까지 한집에서 살며 소통하는 곳으로, 그곳에서의 생활이 무척 궁금해졌다.
아직은 ‘진행 중’이라는 성미산마을의 장래를 기대해 본다.
비록 꿈에 머물지라도 나 또한 이러한 이상적인 공동체 마을을 현실로 이루어내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욕심을 줄여 아주 작은 몇몇의 이웃과 함께하는 산골마을이라도, 그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은 첨단 거대도시의 화려함이 가져다줄 수 없는 풍성한 휴머니즘이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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