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일지, 2015년 11월15일, 창조절 열한번째 주일(추수 감사절)
1) 요즘 국내외 정세가 어렵게 돌아갑니다. 이틀 전 11월13일에는 파리에서 대규모 산발적 테러가 벌어져서 120여명이 이미 생명을 잃었고, 중상자 중에서 생명이 위독한 이들의 숫자도 적지 않습니다. 21세기 첨단 문명의 시대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테러입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이라고 합니다. 지난 수년 동안 그들이 행한 테러를 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대량 학살을 통해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표시한다는 건 끔찍한 일입니다. 그 어떤 말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잔혹한 행위입니다. 어제 14일에 서울에서 열린 민중궐기 대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다쳤고, 물대포에 맞아 쓰러지면서 뇌진탕을 일으킨 70세 가까이 된 어떤 분은 응급 수술을 했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2) 마음이 착잡한 중에 오늘 추수감사절을 보냈습니다. 아래 강단에 몇몇 교우들이 먹을거리를 올려놓았고, 준비한 반찬으로 밥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두 가정에서 떡을 해오셨네요. 그 자리에서도 맛있게 먹었는데, 남은 것 중에서 일부를 얻어 와서 집에서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30대와 40대 교우 중에서 일부가 특별 찬송을 불렀습니다. 연습을 정말 게으르게 했는데도 은혜롭게 찬송을 불렀습니다. 수고 많았습니다. 설교는 추수감사를 주제로 하지 않았습니다. 교회력에 따른 성경을 본문으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설교 후반부에서 추수감사절을 한번 짚었습니다. 저는 중요한 대목으로 생각하는데,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그 대목을 여기 다시 올려보겠습니다.
오늘은 2015년 추수감사절입니다. 먹을거리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는 절기입니다. 모두가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찬송을 부르고 함께 마시고 먹는 축제입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에게 즐거운 날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추수감사절은 두려운 날이기도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지구가 더 이상 먹을거리를 생산하지 못하는 묵시적 대파국의 순간이 반드시 오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더 이상 먹고 마시지 못하는 죽음의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이게 명백한 사실이라면 추수감사절은 오늘의 한끼 식사가 마지막일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돌아가는 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처형당하기 전날 밤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유월절 만찬을 대하는 심정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삶을 서로 공유하고 연대하고 누리는 이들의 공동체가 바로 교회입니다. 묵시적 대파국과 같은 세상에서도 예수 신앙을 지켜낸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삶에서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보십시오.
3) 설교 이야기가 나와서 한 마디 더 하겠습니다. 요즘 저는 설교 시간에 죽음에 대해서 자주 말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자칫하면 신자들을 은근히 겁주는 설교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의도가 전혀 없습니다. 죽음을 의식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이,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리면 ‘일상에로의 퇴락’을 변할 수 없기 때문에 그걸 말할 뿐입니다. 우리 삶에서 가장 확실한 사건이 죽음인데도 그걸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사는 건 지혜로운 게 아닙니다. 그걸 생각해야만 삶이 실제로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4) 예배 후에 여러 교우들이 교회 대청소를 했습니다. 구석구석이 깨끗해졌습니다. 비상구 층계가 더러워서 찜찜했는데, 오늘 물걸레까지 동원해서 말끔하게 만들었습니다. 온풍기도 시험 작동해 봤고, 묶은 먼지도 다 털어냈습니다.
5) 12월6일에 예배 실황이 (아프리카 방송)인터넷으로 시험 방송됩니다. 이를 위해서 몇 가지 준비를 했습니다. 특히 오늘은 회중들의 소리가 앰프로 전달되도록 콘덴서 마이크 설치를 했습니다. 강단 왼쪽 마이크 선을 좋은 것으로 교체했습니다. 오늘 임시로 실험했는데, 만족스럽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태형 집사가 여러 가지로 수고를 많이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제가 설교를 좀더 쉽게 잘해야겠습니다.
6) 11월29일 교인 간담회를 마치고 50대 이상 여교우들 전체 모임이 있다고 합니다. 자체적으로 친목과 봉사를 위한 모임을 만들려고 하는 거 같습니다. 자발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니 우리교회에 비전이 있어 보입니다. 30대나 40대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요. 그리고 여자가 하는 건지, 남자도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7) 콘서트 공연을 알립니다. 우리교회가 매월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문화공동체 우리’가 장애인과 함께 하는 콘서트 ‘퍼햅스 러브’를 11월19일(목요일) 저녁 7시에 대구시민회관 그랜드 콘서트홀에서 개최합니다. 무료 공연이니 아무나 가도 좋습니다. 핸드벨, 오카리나, 성악, 하모니커, 섹스폰 등등의 연주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8) 모든 모임을 끝내고 1층 카페에 들어가니 이미 여러분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11월29일 50대 이상 여교우 조직을 위한 사전 모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웃음꽃이 그치지 않는 모임이었습니다. 남자 교우들은 여자 교우들의 기에 눌렸는지 다 가버리고 저와 정우진 집사, 배명근 집사만 남아서 커피 한잔씩 얻어마셨습니다. 여교우들은 교회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로 한 것 같고, 남교우들은 한국사회 문제를 주로 이야기했습니다.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빠진 거 있으면 대글로 달아주세요.
9) 예배 참석인원: 60명, 헌금: 1,744,000원
0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