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샘터교회 주간일지
2월19일, 주현 후 제7주
1) 이번 주일(2월19일) 주보 표지 사진은 설중매입니다. 매화가 아직 활짝 피지 않아서 본격 설중매라 하기에는 어쭙잖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흉내는 낸 모습입니다. 저 사진은 2월14일(화) 이른 아침 우리 집 마당에서 찍은 겁니다. 저런 모습을 볼 때마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생명 현상이 마술처럼 느껴집니다. 사실 저런 모습만이 아니라 모든 현상들이 다 이벤트입니다.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 개념을 빌리면 모든 것이 생기(生起)입니다. 뭔가 사건으로 나타나고, 해체되고, 다시 사건으로 나타납니다. 그 가운데 우리도 들어 있습니다. 이 전체가 하나님의 창조 사건이요, 창조 보존 사건입니다.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 그것이 바로 생기라는 사실을 뚫어보십시오.
2) 모든 작업에서 집중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운전을 할 때도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예배를 드릴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중력을 잃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그중의 하나가 육체적인 피로입니다. 저는 오늘(19일) 오전 교회 가는 길에 운전하면서, 그리고 예배를 드리면서 순간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졌습니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어제 오후에 텃밭 일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네 시간 동안 쉬지 않고 평소 하지 않던 노동을 한 결과입니다. 앞으로는 주일을 앞둔 토요일에 텃밭 일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교우 여러분들도 가능하면 주일을 앞두고 힘에 부치는 일은 하지 않기 바랍니다.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서 너무 많은 말을 하고 너무 술을 많이 바시는 거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아무리 집중해서 예배를 드리려고 해도 몸이 피곤하면 어쩔 수 없습니다.
3) 오랜 만에 고강희 양이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11시5분 전에 예배 위원들과 기도하고 막 예배실로 들어가려던 찰나에 급히 층계를 뛰어 내려와서 나에게 인사를 하더군요. 언제 대구에 왔니, 하고 물으니, 방금 내려오는 거라고 하더군요. 예배 후에 보자, 하고 나는 예배를 인도하러 들어갔습니다. 식사 시간에 강희와 반주자 이은혜 집사, 이렇게 셋이서 함께 했습니다. 이은혜 집사는 자주 보지만 이렇게 함께 밥을 먹는 기회는 드믑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말에 ‘이번 봄에 연주를 계획하고 있어요.’ 하네요. 셋이서 영화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점심 뒤에 강희에게 ‘1층에서 커피 마실까?’ 했더니 좋다고 하네요. 지난 몇 달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요즘 연극 스태프를 맡아서 심부름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 오빠들과의 관계 등등을 들었습니다. 요즘 무슨 책을 읽니, 했더니 가방에서 쑥 책 한권을 꺼내더니 지하철에서 읽는다는 군요. 제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느 노벨상 수상자인 여자 소설가의 작품이었습니다. ‘목사 딸’인 열아홉 살 강희를 볼 때마다 내 딸 같은 느낌이 드네요. 2월 한 달 동안 대구에 머물겠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교회에 설 아무개 집사도 목사 딸이고, 반주자 이 집사도 어머니가 전도사이셨군요. 우리 교회에서 가장 연장자이신 최병수 집사가 세 주 만에 예배에 참석하셨습니다. 며칠 전 전화 통화를 해보니 설 연휴 뒤로 감기 걸리셨답니다. 예배 후 인사를 나눌 때 보니 얼굴 혈색이 나빴습니다. 원래 강한 체질이었는데, 나이가 들었으니 감기만으로도 수척해진 겁니다. 기운이 없어서 점심 먹지 않고 그냥 가겠다 하시네요. 빨리 기운을 차리셨으면 좋겠습니다.
4) 식사 친교 시간 사회자들이 고생 많습니다. 교우들이 예배 후에 빨리 그 자리로 모여 줘야 하는데, 끼리끼리 대화의 꽃을 피우다 보니 진도가 느립니다.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닌 한 친교실로 속히 이동해주기 바랍니다. 친교실 안에서도 조곤조곤 이야기 소리는 그치지 않습니다. 서로 반가운 마음을 나누는 것이 좋은 현상이지요. 문제는 사회자가 나서서 말할 때 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얼마 전부터 몸에 부착하는 소형 마이크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그것도 다룰 줄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네요. 사회자도 그렇지만 새로 오신 분이 자기소개를 할 때도 잘 들릴 수 있도록 마이크 장치를 뭔가 새롭게 개선해야 할 거 같습니다. 연구해봅시다.
5) 오늘 아프리카 티브이 촬영을 담당하던 이상희 집사가 집안 문제로 출타하는 바람에 마진혁 집사가 대신 맡았습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잘 될까, 하고 염려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멋지게 촬영되었습니다. 마 집사는 못하는 게 없네요. 다만 날짜가 2월19일이 아니라 2월12일로 찍혔더군요. 예쁜 옥의 티!
6) 오후 1:30-3:00에 서른 명쯤 모여서 타큐 영화 <목숨>을 함께 보았습니다. 가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호스피스를 배경으로 합니다. 죽음은 생명 있는 것들이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역설적인 이야기입니다. 살려는 본능이 결국 죽음으로 귀착된다니 말입니다. 모두들 숙연한 기분으로 이야기를 따라갔습니다. 준비해주신 교육 부장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에 혹시 가능하면 수도원을 주제로 하는 필름을 볼 수 있을지요.
7) 오늘 예배에 중년으로 보이는 부부가 손님으로 참석했습니다. 예배 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토요일 결혼 축하할 일이 있어서 왔다가 예배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비아에는 딱 한번 대글을 올리신 분입니다. 베뢰아. 남편 되는 분이 말하기를, 자기 아내가 다비아에 푹 빠져 있다고 하네요. 서울로 다시 올라가야 하기에 식사는 함께 못했습니다. 먼 곳에 와서 시간이 바쁠 텐데도 굳이 대구샘터교회를 찾아주신 걸 감사드립니다. 인상도 좋았던 부부 다비안들, 주님의 평화가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8) 모든 모임이 마치고 오후 3시20분 쯤 집에 가기 위해서 1층으로 올라왔더니, 날씨가 따뜻하고 햇살도 좋았습니다. 이런 날 그냥 집으로 들어가는 게 부끄러운 거지요. 건물 입구에 애견센터가 있습니다. 몇몇 교우들이 쇼윈도를 들여다보면서 ‘많이 팔렸나 보네요.’ 하면서 예쁜 강아지들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햇살을 몸으로 받고 있었습니다. 뒤에서 나오던 여 집사들이 ‘커피 한잔 하고 갑시다.’ 하네요. 그래서 우리 부부를 포함해서 4가족과 여자 집사 하나, 이렇게 9명이 카페에 들어가 빙 둘러 앉았습니다. 은 아무개 집사가 자기 남편을 보고 하는 말이 ‘오늘 호스피스 영화 보고 은혜 받았을 텐데, 당신이 한잔 사요.’다. 우리는 주로 더치페이를 한다. 집사람이 나보고 현금이 자기에게 없으니 만원만 달라고 한다. 지갑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서 주니 그걸 받아 탁자에 올려놓으면서 원래 하던 대로 계산합시다, 하자 은 집사 내외가 이번에는 자신들이 내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는 걸로 처리가 되었습니다. 나는 방금 전에 강희와 커피를 마신 관계로 오렌지주스를 시켰습니다. 두 시간쯤 재밌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화 주제를 다 열거하지만 끝이 없습니다. 대충 시간이 흐른 거 같아서 내가 ‘이제 끝내고 갑시다.’ 하자 모두들 소지품을 챙겨 나오는데, 또 뒤에서 ‘시간이 됐는데 저녁 먹으면 어때요.’ 하는 소리가 나더군요. 구미가 당기기는 했지만 어둡기 전에 집으로 가는 게 운전하기에 좋을 거 같아서 못 들은 채 하고 카니발 차에 올라탔습니다.
9) 예배 참석인원: 70명, 헌금: 1,212,000원
10) 아래는 어린이 주일학교 부장의 보고입니다.
①출석(10명):류한유,구명훈/강성모,류서진,이영도/박하민,백예정,백예희,신명,여창현
▪유년부: 성경공과공부48과: 구유니스 집사
▪초등부: 성경주제에 대한토론: 백성웅 목사
②다음 주일 계획 및 지도
▪유년부: 성경공과공부49과: 정지은 교사
▪초등부: 성경주제에 대한토론: 백성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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