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인의 백록담을 읽으려고 검색했다가
겨우 수십년전 언어를 읽지 못하는 저의 국어 실력을 확인하면서
무려 4백년 전 조선시대 글을 읽어보겠다고 했던 일이 떠올라서 올립니다. ^^a
조선시대 무예서로 유명한 것은 '무예 도보 통지' 입니다.
무예도보통지 이전에 무예제보, 무예제보번역속집, 무예신보가 있었습니다.
무예제보는 임진왜란 당시 기효신서라는 명나라 병서를 번역하여 만들어졌고
무예제보번역속집은 광해군 시대에 무예제보를 보충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무예신보는 영조 시대에 무비지 등 청나라 병서들과 무예제보번역속집을 바탕으로 사도세자가 편찬하였지만 남아있지않고
정조 시대에 와서 기존의 모든 무예서를 종합하여 무예도보통지가 편찬되었습니다.
무예신보가 없어져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가장 실전을 바탕으로 편찬된 것이 무예제보번역속집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때는 2008년 초.
조선시대 무예서인 무예제보번역속집의 영인본이 계명대학교에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계명대학교에 가서 책을 구해왔습니다.
99년에 만든 책이라 교내서점에는 없고 출판부에 따로 주문을 해야했습니다.
기대를 품고 열어보았더니 ...
이게 뭔소리여? ㅡ0ㅡ;;;
영인본(원본을 촬영하여 복제한 인쇄물)이라더니
주석이나 실기해제가 전혀 없었습니다.
주석이라고 첨부된 것은 [무예제보번역속집의 국어학적 이해]
딱하나 알아들은 것이 400년전에는 팔꿈치를 팔궁둥이라고 불렀다는 것. ㅡ.ㅡa
(왜 어깨를 팔궁둥이라고 하지 않고 팔꿈치를 엉덩이로 불렀는지는 아직도 의문...)
무예제보에는 권법이 없고,
무예도보통지의 권법은
무예제보전역속집의 권법과는 많이 변형된 것이라 참고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권(주먹으로 치는)보
옷을 벗고 동쪽을 향하여 서서 과호세를 취하고 ...
일단 첫문장을 어떻게 해석을 했는데
과호세의 과[馬夸 말 마 + 자랑할 과의 간체]자가 무슨 과자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 한자인지
인터넷으로 고전무예연구단체를 검색해도 안나오는 한자 ... ㅠ.ㅠ
결국 3일동안 옷을 벗고 서있기만 했습니다. ㅡ.ㅡ;;;;;
왜 3일만 서있었는가?
서울대에서 출판한 이 책이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자세한 해설을 볼 수 있었지만
그 한자의 의미는 알 수가 없어서 3일만에 포기했습니다. ㅠ.ㅠ
여담으로 무예제보번역속집의 권법은
태조32세장권이라 불리고 (송 태조 조광윤이 창시했다는 전승이 있음.)
무예도보통지의 권법은 32세장권을 변형한 그냥 [권법] 으로 불리다가
현대 24반무예단체 등에서 [현각권법]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이름의 어원은 현각허이세 라는 기술명에서 유래했습니다.
P.S. 해보라고 하지마세요. 결론은 상반신 스트립쇼 ... ㅠ.ㅠ
P.S.2
무엇이든 혼자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런면에서 신앙과 무술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신앙생활도 혼자하면 사이비가 되기 쉽고
무술수련도 혼자하면 방어기술이 허술해집니다.
물론 신앙에도 무술에도 혼자있는 시간이 필수지만,
그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함께 나누는 시간이 더더욱 본질적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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