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KBS 클래식 FM, 'FM 풍류마을'을 우연히 듣다가 마음에 남은 이야기, 백승주 아나운서의 멘트를 그대로 옮겨봅니다.
“조선 인조 때의 일입니다. ‘김두난’이라는 사람 외에 몇몇이 부정한 방법을 써서 자기 집안 사람들을 궁인으로 들였다고 합니다. 그러자 이 일을 비판하는 상소가 올라왔고 왕은 누가 그런 말을 하고 다니냐며 펄펄 뛰었죠. 처음 말을 꺼낸 자가 누군지 잡아들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러자 ‘정경세(鄭經世)’라는 사람이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전하께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습니다. 잘못 전해진 것이라면 그런 일이 없다 하면 될 것이고,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즉시 바로 잡겠다 하면 될 일입니다. 이렇게만 한다면 전하의 마음이 삿된 뜻이 없이 깨끗하고 상하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알려져서 마치 요순시대와 같음을 보여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제 진노를 거두시고 앞서 하신 말씀에 대해 후회와 사과의 뜻을 흔쾌히 보인다면 모든 사람들의 참담함이 비로소 화락한 기상으로 바뀔 것입니다.'
국문학자 정민 교수의 ‘조심’이라는 책에 실려있는 글을 간추려서 전해드렸습니다. 정경세의 글은 공손한 듯 하지만 그 안에서 왕의 잘못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기개가 돋보이네요. 이 글에서 요순시대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요임금과 순임금이 신하들과 정사를 토론할 때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거리낌없이 펼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정경세의 이 글을 읽고 인조는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경의 뜻을 알겠다. 가상히 여기고 그 뜻에 따르겠다.'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인조는 그다지 훌륭한 왕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이럴 때는 신하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도 알았네요. 말이 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하겠죠. 서로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한다는 것,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요임금과 순임금이 신하들과 정사를 토론할 때 찬성과 반대의견을 거리낌 없이 펼치고 허물없이 받아들였던 것을 사자성어로 도유우불(都俞吁咈)이라고 한다네요. 정민교수가 쓴 관련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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